카테고리 없음 잘생긴팝콘 2019. 11. 9. 01:41
나는 닥치는 대로 책을 읽다가 더 많은 책을 더 빨리 읽고 싶다는 욕망에 빠져 덜컥 속독법이란 것을 배웠다. 그것 역시 웅변학원 못지않은 치명적인 후유증을 남겼다. 속독법이란 결국 책 한 페이지를 눈으로 찍어 눈에 띄는 글자들로 대강의 내용을 추측하는 것이다. 나는 강사 자격증까지 딸 정도로 너무 열심히 속독법을 익힌 나머지 독서에 대한 흥미를 완전히 잃어버렸다. 주화입마走火入魔에 빠진 것이다. 10분 만에 책을 읽을 수 있었지만 도대체 재미가 없었다. 그때는 글이 하나하나 곱씹어야 ‘게미’가 나는 나물과 같은 것이라는 것을 몰랐다. 가령 『마담 보바리』를 보면 보바리 부인이 창밖을 보는 장면에 대한 묘사가 두 쪽을 넘어간다. 그 묘사를 하나씩 따라가야만 보바리 부인의 헛헛한 마음과 설렘을 이해할 수 있..
더 읽기